국가의 부유와 군사력의 관계
자기 이익 추구와 생존이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개인,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그다음으로 추구하는 것이 부와 권력이다. 군사력을 증강하고 무역을 통제하며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부와 권력이 동일하기 때문에 국가 부유하면 군사력도 강해진다.
총을 사는 데도 돈이 들고 버터를 사는 데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가 이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하지 못한다면 내, 외부적으로 반대 세력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의 왕조시대와 유럽의 여러 제국을 연구한 결과 경쟁국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야말로 강대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
미국이 냉전에서 소련을 이긴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충분한 지출을 할 수 있다면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 장기적으로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너무 지나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총과 버터를 지속적으로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국민에게 양호한 생활 수준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정한 강대국은 200~300년간 이것을 제공해왔지만 어느 국가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
강대국의 세력이 약해지기 시작하거나 신흥 세력의 힘이 세지면 갈등이 발생한다. 경제국의 군사력이 거의 비슷하고, 양립할 수 없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할 때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현재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갈등은 대만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다.
상대방의 도전에 직면해서 싸움을 선택할 것이냐, 항복을 선택할 것이냐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전쟁을 하면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항복할 경우 힘이 없다는 표시이므로 기존에 누리던 지위를 상실할 것이다.
이 대가는 엄청나다. 경쟁 국가가 서로 상대방을 전멸시킬 국방력이 있다면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 문제를 적절히 다스리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국제 관계에서는 강대국이 규정하는 대로 정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접근 방법보다 좋은 방법이 있기는 하다. 분명한 것은 공멸하는 접근 방식보다는 공생하는 접근 방식이 훨씬 좋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원칙이 나온다.
공생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가장 중요한 것과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파악해서 그것들을 교환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
세련된 방식의 협조를 통해 공생하는 관계를 맺어 부와 권력을 증가시키고 적절하게 분배하면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항복해야 하는 전쟁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낳아 고통스러운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을 명확히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승리란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면서 중요한 것을 얻는 것이다.
따라서 승리가 주는 이득보다 더 많은 생명과 재산을 잃는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이 어리석은 전쟁은 다음에 설명하는 이유로 인해 늘 발생한다.
어리석은 전쟁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죄수의 딜레마, 치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화, 항복했을 때 영향력 축소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잘못된 정보 때문이다.
서로 경쟁하는 강대국들은 통상적으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다. 즉 상대국이 먼저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상대국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단계적 확전이 위험한 이유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상대국의 맨 마지막 공세에 굴복하는 셈이 되므로 어쩔 수 없이 단계를 높여 응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치킨게임처럼 너무 밀어붙이면 공멸할 수 있다.
거짓 선전 선동과 감정을 자극해서 국민의 분노를 이끌어내는 방식은 어리석은 전쟁의 발생 가능성을 키우므로 지도자는 진정성을 가지고 신중하게 국민에게 현재 발생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도자가 진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감정을 이용하려 하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만일 언론까지 장악했다면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공생 관계와 공멸 관계는 사이클을 이루며 왔다 갔다 한다. 즉 사람이나 국가나 태평성대를 누릴 때는 협조가 잘되고, 상황이 어려워지면 적대시하려는 성향이 있다.
기존 강대국의 세력이 약해질수록 현재 상황, 즉 기존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반면에 신흥 강국은 현실에 맞도록 질서를 변경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