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교환의 매개 수단이며 동시에 부의 저장 수단이다.
교환의 매개라는 말은 물건을 사는 대가로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재화를 가진 사람들과 교환하기 위해 무언가를 생산한다.
그런데 원하는 재화와 교환하기 위해 매번 물건을 소지하는 것이 불편하므로 사실상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회는 화폐라는 형태를 만들었다. 화폐는 휴대하기 편하며 모든 사람이 가치가 있다고 동의했으므로 원하는 것과 교환할 수 있다.
부의 저장 수단이라는 말은 부의 취득과 소비 사이에 구매력을 저장하는 수단이라는 뜻이다. 부를 저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중에 돈에 대한 권리를 위해서지만 어떤 사람들은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를 것을 기대하고 금, 은, 보석, 그림, 부동산, 주식, 채권, 같은 자산으로 부를 저장하기도 한다.
현금을 들고 있는 것보다 더 좋기도 하고, 필요하면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아무 때나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자산에 투자한다. 바로 여기서 신용과 부채의 개념이 등장한다.
돈과 부채의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은 지불 요구를 해결한다. 즉 청구된 금액을 돈으로 지불하면 끝이다. 반면에 부채는 돈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이다.
대출을 해주는 이유는 현금을 들고 있을 때보다 나중에 받게 될 원금과 이자로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잘 진행되면, 채무자는 빌린 돈을 생산적으로 활용해서 이익을 얻고 채권자에게 상환 후에도 돈을 남길 수 있다.
미상환 상태의 부채는 빌려준 사람에게 자산이고, 빌린 사람에게는 채무다. 대출이 상환되면 자산과 부채는 소멸되고, 생산적인 대출을 통해 이익을 나누었으므로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이익을 본다. 생산성 증가로 이익을 보는 이런 종류의 대출은 사회 전체로 봐도 유익하다.
대부분 통화와 신용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다. 회계장부에 입력하는 기장 항목에 불과하므로 쉽게 금액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체계의 목적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주기적으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 이런 경우 통화의 공급은 화폐화되고 통화 가치는 하락하거나 폭락하여 부의 방향이 크게 바뀌며 경제와 시장에 충격을 준다.
이 모든 사태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부채와 신용이라는 기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화폐의 가치는 사이클을 이루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올라갈 때는 풍요 속에서 모두 행복해하지만 내려갈 때는 고통 속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
돈과 신용은 부와 관련이 있지만 부와는 다르다. 돈과 신용으로 부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보유한 돈과 신용의 양이 부의 양과 같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돈과 신용을 더 많이 창출한다고 해서 더 많은 부를 쌓는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돈과 신용의 창출과 부의 창출 간의 관계가 혼동될 때가 있지만 이는 경제의 사이클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이 관계를 더 면밀하게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돈과 신용의 창출과 재화, 서비스, 투자자산의 창출은 상호 강화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양자는 종종 같은 것으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있는데 둘은 관련성이 있지만 같지는 않다.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수요와 공급 요인이 있다. 실물경제에서는 생산된 제화와 서비스의 양과 이를 원하는 소비자의 소요와 공급을 결정한다.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고 그 수요가 증가하는 데 이를 생산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실물경제의 성장 능력이 제약받는다.
수요의 증가가 생산능력의 증가보다 빠르면 가격이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통화량과 신용을 압박하여 실물경제의 수요를 둔화시킨다.
수요가 충분치 않을 때는 그 반대로 통화와 신용을 풀어 수요를 자극한다. 중앙은행은 통화량과 신용의 공급을 조정함으로써 금융자산과 재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100퍼센트 완벽하게 조정할 수는 없으므로 단기 부채 사이클이 생기고, 우리는 교대로 나타나는 호황과 불황을 통해 이를 체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