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국은 쇠퇴하고 오래된 제국을 대체할 새로운 제국이 부상한다.
변화가 언제 발생할지 알아내려면 모든 지표를 살펴보고 국가들의 상대적 조건을 추적해야 한다. 역사상 존재한 5가지 주요 전쟁 유형에 무역/경제 전쟁, 기술 전쟁, 자본 전쟁, 지정학적 전쟁, 군사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다음 도표에 표시된 외부 갈등 지표는 주요 국가 간 경제, 정치/문화, 군사 측면에서 갈등 수준을 측정한다. 가장 커다란 갈등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다. 두 강대국은 역사상 가장 참담한 전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힘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정도는 정규 분포보다 표준편차 이상으로, 과거 국가 간 갈등에 비하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다음 도표는 1970년 이후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지수를 보여준다.
그동안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분명히 4가지 유형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갈등 수준은 아직 격렬하진 않지만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두 국가는 아직 다섯 번째 유형인 군사적 전쟁을 벌이지 않고 있다.
이전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특히 1930~1945년에는 이러한 4가지 유형의 전쟁이 군사 전쟁보다 5~10년 정도 앞서 발생했다. 현재 군사 전쟁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 500년을 돌이켜보면, 주요 제국 간의 군사 전쟁은 평균적으로 10년에 한 번씩 발발하고, 대략 수년 동안 지속되고, 마지막으로 벌어진 대대적인 전쟁 이후 약 75년의 세월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1500년 이래로 주요 강대국은 절반이 조금 넘는 세월을 전쟁하는데 소비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향후 10년 동안 대규모 군사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반반이지만, 물론 이것은 아주 단순한 접근법에 불과하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미국이 거의 모든 기준으로 볼 때 가장 강력하며, 중국과 러시아 등이 차례로 뒤를 잇는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수치는 타당해 보이지만, 간단한 숫자만으로는 그 이면의 중요한 현실을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이러한 수치는 특정 지정학적 위치 또는 몇몇 전쟁 유형에서 일부 국가가 미국만큼 또는 미국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못한다.
군사 협력과 동맹의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며, 국가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간과한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 이들 국가가 서로 해를 입히거나 파괴할 방법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역사는 전쟁이 발생하면 인명과 자금 면에서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핵무기가 개발되어 사용된 이후로 전쟁의 치명적인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었다.
다음에 발발한 군사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군사 전쟁은 항상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발생하고 많은 정보를 얻는 관계자들조차 모든 것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에 일어날 대규모 전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누가 될지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다. 우리는 논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대규모 전쟁을 치른 패전국은 완전히 설자리를 잃고 승전국 역시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승패에 상관없이 겪은 국가는 모두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많은 빚을 지게 된다. 앞서 이것이 경제와 시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엄청난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했다면,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느라 다른 영역에서 힘을 기르지 못한 소련이 몰락하기 직전까지 상호 확증 파괴의 원칙이 미국과 소련의 전면전을 막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가장 중요한 영역에서 미국과 거의 대등한 세력을 갖고 있고, 그 외 여러 영역에서도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중국은 5가지 유형의 전쟁에서 소련처럼 쉽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소련을 굴복시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즉 미국이 이번 장에서 강조한 다른 근본적인 힘의 토대를 바꿔 대비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격렬해지고 점차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 전쟁으로 자멸하지 않고 완전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컴퓨터 분석 결과와 마찬가지로, 가까운 미래에 중국과 미국이 서로 용납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만큼 강력해질 것이기에 위험한 소규모 충돌은 벌어지더라도 상호 확증 파괴에 대한 기대 심리가 군사 전쟁을 저지할 것이라고 본다.
양자 컴퓨팅 등 예상치 못한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며 미국이나 중국에 비대칭적인 이점을 제공하고 상호 확증 파괴가 사라지지 않는 한,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도로 상호 연결된 이 세계에서 미국인과 중국인의 건전한 연결과 교류는 중요도에서 떨어질지 몰라도 확실히 전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