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통화 가치
사이클은 경제 기복을 이끄는 가장 큰 동인으로서 국내외 정치와 전쟁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현재 국가가 사이클에서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지 알아야 다음에 전개될 가능성이 큰 사건들을 예측할 수 있다.
지난 역사와 현재 상황을 해석하고 경제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한 바에 따르면, 특히 달러를 중심으로 세계 기축통화로 표시된 지불 약속은 규모가 방대하고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표시된 부채는 과잉 상태에 진입했으므로 부채를 상환하려면 돈을 더 찍어내야 할 것이며, 부채 증가율과 금리는 아마도 인플레이션과 경제/소득이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될 것이다.
이는 주요 기축통화국의 부채/통화/자본시장/경제 사이클이 늦게 나타나고 부는 많이 가진 자에게서 못 가진 자에게로 어떤 형태로든 점차 재분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날지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돈의 통화 가치' 위험이다. 대규모 재정 적자를 겪는 기축통화국의 적자와 부채는 자국 통화로 표시된다. 채무자인 기축통화국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돈을 찍어낼 수 있는데, 이는 채무국으로서 진 위험을 해당 채권을 보유한 채권국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위험은 대규모 채무국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국이 평가절하될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다. 즉 채권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얻는 수익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질 수 있다.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막대한 부의 이전이 이루어질 시점이 과거와 똑같은 이유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달러와 다른 기축통화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재의 기축통화는 저물고 다른 통화가 대체할 수 있을까? 아마도 현재의 기축통화는 과거의 기축통화와 우사하게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기울다가 매우 빠르게 쇠퇴할 것이다.
과거 사례에서 보았듯이, 기축통화가 쇠퇴하는 속도는 국력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들이 하락하는 속도보다 현저히 느리다. 기축통화국의 펀더멘털이 통화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는데도 기축통화를 이용한 업무 처리 방식이 이미 확립되어 있고, 사람들은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축통화의 지위는 오랫동안 지속되곤 한다.
그러다 통화의 펀더멘탈이 취약해져 해당 통화로 표시된 채권을 보유하는 것이 불리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해당 통화를 급락한다.
기축통화의 쇠퇴 속도가 채권 보유자에게 지급되는 금리를 앞지르면 쇠퇴는 빠르게 진행된다. 순손실은 매도를 부르고 더 많은 손실을 일으켜 자기 강화적인 악순환이 이어진다.
네덜란드 길더화와 영국 파운드화는 국가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기/패배가 불거지면서 모드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사건들은 채권자들에게 통화의 펀더멘털이 생각했던 것보다 취약하고 채권금리가 통화 가치의 하락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종류의 쇠퇴가 발생할 때 이를 식별할 수 있는 훌륭한 동행지표와 단기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시기를 알려주는 적절한 선행 지표를 확보했다.
반면 이러한 쇠퇴는 재정과 관련되어 있고 수요와 공급에 기반하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장기 선행 지표는 시기를 그다지 잘 맞추지 못한다.
국가의 재정 상태는 사람과 기업의 재정 상태와 마찬가지로 매우 쉽게 평가할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장기적인 동인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어떤 국가와 통화가 취약한지 쉽게 알 수 있지만, 언제 큰 폭의 하락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방식이 돈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인 채권 자산과 통화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는 징후를 포착하는 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치 하락이 과도한 채권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통화와 신용을 창출하지 못해 발생한 채무불이행 때문이든, 아니면 지나치게 필요 이상으로 통화와 신용을 창출해서 발생한 평가절하 때문이든 간에 말이다.
미국의 부채 부담은 높다. 하지만 부채가 세계 최고 기축통화인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미국은 부채 상황을 위해 돈을 찍어낼 수 있다. 따라서 채무 불이행의 위험은 줄어들어도 평가절하 위험은 증가한다. 만일 미국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상실한다면 재정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